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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매우 작은 아이 혈액검사, 유전자 검사, MRI, 성장호르몬자극검사 충주 건대병원에서 1박2일로 받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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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딸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으로 키가 매우 작고 마른 아이예요. 만 나이로는 10세 5개월이에요. 저희 부부는 고민하고 여러 가지를 알아보다가 대학병원에 가 보기로 했지요. 의사 선생님이 보시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작년에 뼈나이 찍으러 일반소아과 갔을 때 그때 조치를 취했어야지 하며 나무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오늘 당장 입원하라고 하셨는데 다음날이 공휴일이어서 그다음 날인 5월 16일에 입원하기로 했어요. 사실 작년 9월쯤인가에 딸아이의 젖몽우리를 발견하고 벌써 사춘기인가 놀라 다니던 소아과에 갔었는데 성조숙증은 아니라고 했었고 뼈나이는 만 나이보다 1년 6개월 정도 느리다고 했었지요. 우리 부부는 한의원에 가 보기로 마음먹었었던 터라 한의원에서 키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한약을 지어 한 달간 복용했었지요. 봄에 한 번 더 먹이라고 했었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 같아 그냥 안 갔어요. 그리고는 지난 5월 16일에 드디어 대학병원에서 1박 하며 여러 가지 검사를 받게 되었어요. 

 

입원 준비물

1박 입원이고 그것도 저녁식사하고 6시까지 오라고 하여 짐은 최대한 간단히 챙겨가지고 갔지요. 간단한 세면도구와 수건, 혹시몰라 화장지와 물티슈, 보호자용 작은 담요 하나 가지고 갔고요. 혹시나 몰라 얇은 패딩도 챙겼지요. 제가 추위를 잘 타서요. 보온병도 작은 걸로 하나 챙겼고 과일을 조금이라도 챙길걸 하고 후회되었네요. 

 

 경차 주차공간에 매번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주차장에서 병원으로 통하는 문으로 바로 들어가서 바로 보이는 엘리베이터타고 7층으로 가면 거기가 72 병동인가 그렇더라고요. 낮에 미리 입원수속 하라고 해서 왔었는데 그때 나눠준 환자 팔찌에 병동 호수 적혀 있는 걸 모르고 조금 헤맸지요. 침대가 정해지고 나서  간호사가 바늘을 언제 꼽을지 묻더라고요. 왼쪽엔 채혈할 굵은 바늘을 오른쪽엔 저혈당이 올 경우를 대비해 포도당 수액용으로 얇은 바늘을 꼽는다고 했지요. 저는 아이가 힘들까 봐 자기 직전인 9시 30분경에 해 달라고 했지요. 채혈은 내일 아침 4시부터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알약을 하나 먹을 건데 그거 먹으면 울렁거리고 토할 수도 있다고 말해 주더라고요. 구토를 정말 힘들게 했던 기억이 있는 딸아이는 이때부터 걱정이 한가득 이었지요. '괜찮아. 토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 다 토하는 건 아니야'라고 말하며 이따금씩 달래 주어야 했지요. 얼마 자지도 못하고 새벽부터 고생할 생각이 드네요.

 

별다른 할 일도 없고 딸아이도 심심하다고 하여 병동을 한 바퀴 돌면서 화장실, 간이조리실 등의 위치를 파악하고 돌아왔는데 그래도 할일이 없더라고요. 집에서 딸아이가 챙겨 온 보드게임도 몇 판 하고 커튼 쳐 놓은 채로 딸아이는 집에서 틈만 나면 추고 놀았던 댄스를 혼자 또 신나게 추더라고요. 아빠한테 영상 찍어 보내줬더니 신성한 병원에서 뭐 하는 짓이냐 하더라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병원 데이트를 즐겼답니다. 마음 한구석에 한 짐을 진채로요. 저녁식사를 일찍 한 편이기도 하고 많이 먹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왔던 터라 배가 고프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도 사가지고 왔지요. 올라오면서 아이가 슬슬 긴장이 되는지 배가 살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피를 많이 뽑는 걸로 알고 있어서 사실 저도 속으로는 걱정이 많이 되고 있었지요. 아이 앞에서 티를 내지 않았을 뿐. 아이가 핸드폰을 보겠다고 하여 두말 안고 허락해 주었답니다. 좋아하는 영상을 보며 긴장을 푸는 건 이럴 때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바로 낄낄거리며 빠지네요.

 

 채혈바늘 꼽기

 딸아이는 계속 걱정이 되고 불안한가봐요. 바늘을 그냥 지금 꽃겠다고 하네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어차피 꽂을 거 빨리 꽂고 빨리 적응하고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낫겠다고도 싶었지요. 간호사가 9시에 꽂을 예정이었다고 하여 그냥 1시간 더 기다렸다가 9시에 꽂기고 했어요. 그들도 나름의 스케줄이 있을 테니 우리 편의만 생각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밤샘근무하는 사람들이라 그분들도 고생이죠. 혈관이 얇은지 잘 못 찾는 것인지 한 번에 꼽지를 못하더라고요. 굵은 채혈용 바늘은 손등에서 실패하여 팔꿈치 안쪽에 꼽고 수액용 바늘은 왼쪽 손등에 꼽았어요. 양쪽을 두 번씩이나 찔러대니 아이는 꾹 참다가 병실에 와서 울더라고요. 너무 아프다고. 이제부터는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특히나 팔꿈치 안쪽의 바늘 때문에 구부리지도 못하고 구부려서도 안 되니 아이는 매우 불편해했고 보호자인 저는 핸드폰을 들어주기도 하고 배 위에 고정시켜 주기도 하고 모든 시중을 다 들어야 했지요. 딸아이는 입원이나 검사등을 해 본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아이라 병원을 너무 무서워했고 마음의 두려움이 꾀나 있던 상태였지요. 저 또한 아이를 입원시켜 본 경험이 없고 저도 입원해 본 적이 없는지라 두려운 마음이 컸지요. 

 

 소변받기

아이는 불편한 상태로 그래도 좋아하는 동영상을 보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지요. 10시가 되었고 이제 다른 사람들도 자야 하니 불을 꺼야 할 것 같은데 아이는 싫다고 하고 바늘 꼽을 때 소변 받아오라고 했는데 그것도 못한 상태여서 저는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요. 아이는 한동안 계속 보다가 이제 소변 받아도 되겠다고 하여 같이 화장실로 향했어요. 팔꿈치 주삿바늘 때문에 바지를 올리고 내리는 것 등등을 혼자서는 할 수가 없어요. 마침 장애인용 화장실칸이 커서 같이 들어가서 도와줄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소변색깔이 너무 탁한 거예요. 색은 연하나 부유물들이 많이 보이고 조금 있자니 부유물들이 가라앉아 0.5cm는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상해서 간호사한테 이야기했더니 내일 아침에 다시 받아 보자고 했어요. 안 그래도 마음이 심란한데 걱정거리가 하나 추가 되었어요. 

 

 잠을 설치다

 11시 반경 아이는 겨우 잠이 들었어요. 이제라도 잠이 들어 다행히다 싶었지요. 하지만 저녁때 체온 쟀을 때 열이 조금 있었던 터라 가끔씩 열을 재러 들어 오시더라고요. 이제 막 잠이 들었는데 들어 오시는 바람에 잠이깼지요. 속으로 약간 화가 났어요. 체온 잴 것도 아니고 특별히 더 이야기 할 것이 없다면 궂이 안 들어 오셔도 되는데 말이예요. 아니면 잘 시간이니 조용히 커튼만 살짝 열고 보호자만 부르셔도 될 것인데 말이예요. 게다가 '내일 알약 하나를 먹을 건데 그걸 먹으면 속이 많이 울렁 거린다. 거의 다 토하더라. 내가 근무한 이래도 다 토한 것 같다'는 말씀을 들어 오시는 분마다 계속 주지를 시켜 주시더라고요. 잠들다 깬 아이는 이 말에 잠이 완전히 깨어 버렸네요. 안그래도 구토에 대해 심한 공포심이 있는 아이인데 계속 듣다보니 우리 오늘 잠자긴 다 틀렸구나 생각이들더라고요. 아이는 또 울었지요. 화장지를 괜히 챙겨온게 아니네요. 아이는 전경책이야기를 해 달라네요. 힘들 때 보는 성인의 말씀을 담은 책인데 구절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어플을 보며 몇 구절을 읽어 주었어요. 다행히 얼마간 있다가 잠이 들었어요. 이제 몇 시간 뒤면 힘든 과정이 이어질 텐데 안그래도 마른 딸아이가 많은 피를 뽑고 무사히 잘 견딜 수 있기를 저도 기도했지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저도 잘 자 두어야 겠다 싶어서 담요를 덮고 누웠지요. 다행이 새벽 4시가 아니라 6시라고 하네요. 바뀐 것인지 신참 간호사가 잘 모르고 얘기한 것인지 몰라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차 채혈시작-알약

정확히 6시부터 채혈이 시작되었어요. 지금부터는 30분 간격으로 채혈을 한다고 합니다. 아이는 일찍 잠이 깨어 같이 소변부터 받으러 같이 갔지요. 어제와는 확연히 소변 상태가 달라서 조금 안심이 되었어요. 첫 번째 채혈은 작은 주사기에 하나 큰 주사기에 하나 이렇게 두 통을 뽑았어요. 작은 주사기에 2~3ml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바로 알약하나를 커다란 비닐봉지 2개와 함께 주더라고요. 무서움에 머뭇거리던 아이는 간호사의 재촉에 알약을 입에 넣고 물로 삼켜보려 하지만 잘 안되어 다시 뱉어 냈어요. 알약을 처음 먹어보는 아이라 잘 못 먹는다고 말하자 간호사가 바로 알약 봉지에 다시 넣고는 가지고 있던 도구로 빻았어요. 그걸 물에 타서 먹이고 봉지에 붙어있는 약까지도 물을 부어 남김없이 먹였어요. 아이는 울면서 먹었지요. 마치 사약을 받아 든 것처럼. 약을 먹고부터는 정확한 시간 간격으로 채혈을 해야 해서 약을 신속하게 먹어야 하는 것 같아요. 간호사는 토하고 싶으면 토해도 된다고 창피한 거 아니라고 달래 주었어요. 아이는 몇 분 지나도 아무 이상을 못 느끼는지 "잘래." 합니다. 

 

 6시 30분이 채 안 되어 두 번째 채혈을 하러 왔어요. 간호사가 놀라며 '괜찮아?'하고 묻는 말에 아이는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했지요. 약간 어지럽기만 한가 봅니다. 6시 40분인데도 아직은 괜찮다고 합니다. 신기했지요. 약 먹고부터 딸아이가 주문을 외워달라고 하여 속으로 외우고 있었지요. 주문의 효과인가 싶었지요. 아이도 밤새 잠을 푹 자지 못해서 졸릴 텐데도 쉽게 잠을 자진 못했지요. 사실 저도 잠을 설치면서 밤새 많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괜히 검사한다고 했나? 그냥 크는 대로 크면 어때? 작으면 어때! 작은 사람들도 잘만 살더라! 아니 작아도 너무 작아서 온 거지.' 하면서요. 잠깐 잠들었던 아이는 깨서 심심하다고 동영상을 보겠다고 하여 이어폰도 꽂아주고 폰을 누워있는 아이 배 위에 세워 주었지요. 갑자기 아이가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을 흘리기에 "왜?" 했더니 신께 감사하다고 마음속으로 말했다고 하네요. 아직까지 구토를 안 하고 있는 것이 본인이 마음속으로 빌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기도를 더 자주 해야겠다고 합니다. 저도 눈물이 났지요. 두 번째 채혈을 한 상태라 이제 저혈당이 슬슬 걱정이 되었지요. 

 

 7시경 세 번째 채혈을 했어요. 주사기의 1/3 정도씩 2통을 채혈하더라고요. 이제 폰도 그만 보겠다고 하고 배가 살살 아프다고 합니다. 간호사가 원래 그런 거라고 두통 있는 아이도 있고 구토도 하고 이제 시작이라고 하네요. 구토 안 했다고 좋아했는데 이제 시작이라고 하니 다시 걱정이 되었지요. 저는 비닐봉지를 열어젖히고 혹시 몰라 준비를 해 두었지요. 아이를 잘 지켜보라고 하네요. 아이는 눈을 감고 잠을 청하네요. 가끔 물어봤더니 참을만하다고 배가 아프고 약간 메스껍긴 한데 정상이라고 간호사선생님이 얘기하시니 괜찮겠지 합니다. 새로운 간호사가 와서 설명해 주셨어요. 아이 안심도 시켜주시고 회진은 8시 30분부터 있을 거라고도 하시며 9시부터는 수액을 맞으면서 15분 간격으로 채혈을 한다고 하네요.

 

 7시 30분경 네 번째 채혈. 주사기 2개로 채혈해 갔네요. 맨 처음 왕주사기 한 통만 많이 채혈하고 나머지는 2~3cc 정도로 거의 2통씩 해 가는 것 같더라고요. 딸아이는 자꾸만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네요. 저는 침대 위로 올라앉아 계속 다리를 주물러 주었지요. 양쪽 발이 차더라고요. 아이는 희미하게 웃어 보이며 자기가 웃을 수 있다는 건 많이 아프지는 않다는 거라고 말하네요. 축 쳐지긴 하는데 다른 건 괜찮다고 합니다. 식사 시간이라 다들 맛있게 먹는 소리가 납니다. 우리 모녀는 식사를 못합니다. 또 다른 간호사가 와서 하루 더 입원할 수 있냐고 묻네요. 한두  시간 전에 담당 선생님께서 MRI도 찍어보자고 하셨다네요. 키가 3% 미만인 경우라서 보험적용이 된다고 하셨다면서. 요새  MRI 예약이 많아서 오늘 어렵다고 하더니 내일 아침 9시에 예약이 되어 있다는 설명을 해 주고 갔어요. 또 30분 정도를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약 안 쓰고 할 수 있겠냐고도 묻더라고요. 마취제이겠지요. 5학년이고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안 그래도 무리하는 중에 더 약을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촬영기계소리가 커서 음악도 귀에 틀어 준다고 하니 괜찮을 것 같았어요. 아이는 하루 더 있는 거 싫다며 울먹이네요. 

 

 8시경 다섯 번째 채혈도 두 통을 해 갔네요. 앞 침대에 있는 어린아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딸아이랑 같이 웃었어요. 얼마 만에 웃는 웃음인지요. 엄마가 다리 주무르는 게 시원하지 않아도 엄마가 옆에 붙어 있기만 해도 안심이 된다고 말하네요. 앞 침대 아이가 이젠 게임을 하는지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네요. 딸아이가 시끄럽다고 괴로워하여 아이한테 살짝 이야기를 했는데 어린 아이라 그런지 웃기만 하고 말을 안 듣네요. 

 

8시 30분경 6번째 채혈도 두 통이었어요.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는 두 가지 약물로 반응을 검사한다고 알고 있어서 물어봤는데 9시부터는 인슐린 맞고 검사한다고만 이야기하네요. 아마도 처음에 먹었던 알약과 9시에 맞을 인슐린 이렇게 두 가지 약물로 각각 반응검사를 하는 것인가 봅니다. 담당선생님이 회진시간이라 우리 차례가 되었네요. 동생이 있느냐 남자아이냐 몇 살이냐 그 아이 키는 어떻냐 등등 물어보시더라고요. 딸아이의 검사에 참고할 것으로 보이네요. 

 

 2차 채혈 시작-인슐린

9시경 지금까지와 똑같이 채혈을 한 후 아이의 오른손에 끼워두었던 바늘에 인슐린을 연결했어요. 이제부터는 조금 힘들 수 있다고 하네요. 식은땀 나고 졸리고 한데 대부분은 잔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다행히도 아이가 크게 힘들어하지는 않았는데 다시 긴장이 됩니다. 저혈당 올까 봐서요. 저희 시아버지께서 저혈당으로 쓰러지시기 몇 시간 전의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쓰러지시기 직전의 모습을 남편을 통해서 들어본 적도 있어서 사실 무서웠지만 입원해 있는 상태로 바늘도 이미 꽂아 놓고 있어서 큰 걱정은 없었지만요. 이제부터는 20분 간격으로 채혈한다고 합니다. 간호사가 다시 와서 MRI를 내일 9시에 하겠냐 아니면 오늘 3시에 하겠냐 묻네요. 아이는 빨리 퇴원하고 싶다고 내내 얘기했었지만 내일 다시 오면 또 바늘을 찔러야 한다고 하니 그냥 오늘 하겠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단 오늘 MRI촬영 때까지는 계속 금식할 수밖에 없지요. 간호사가 다시 동의서를 들고 와서 설명을 합니다. MRI촬영 시 조영제를 주사해야 하는데 부작용에 대한 설명으로 오심, 구토, 사망 어쩌고 하는 말들을 딸아이가 듣고 말았지요. 조용히 얘기했는데도 어찌 사망이란 말이 들렸는지 간호사 나간 후에 "엄마 나 죽을 수도 있어?" 하며 커다란 눈에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정말 사망이란 말을 하긴 했어서 저도 무서웠는데 아이한테는 잘못들은 거라도 저도 떼를 썼지요. 간신히 달랬어요.

 

9시 10분경 인슐린 주입 후 첫 채혈이 시작되었어요. 20분 간격이라더니 10분 만에 왔어요. 이후부터는 20분 간격으로 채혈하더라고요. 인슐린 주입후 첫 채혈하고는 얼마 있다가 간호사가 들어와 당이 떨어졌다며 바로 포도당 주사를 해 주었네요. 

 

9시 30분경 두 번째 채혈.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아이는 잠시 폰을 보다가 다시 안 본다고 하네요. 힘이 드나 봅니다.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며 또 "잘래" 합니다. 

 

9시 50분경 세 번째 채혈. 잠들었다가 채혈하러 온 간호사 소리에 잠시 눈떴다가 다시 잡니다.(사진)

이대로 검사 끝날 때까지라도 자면 좋겠다 싶었지요. 이렇게 11시까지 채혈하면 이제 피검사는 끝입니다. 아이가 특별히 힘들어하지 않고 잘 견뎌내서 너무너무 다행입니다. 

 

 10시 10분경 네 번째 채혈을 끝내신 후 이제부터는 30분 후에 온다고 하네요. 청소하시는 분이 청소를 하시며 5월인데 강원도에 눈이 온다고 이런 경우 처음이라고 이야기하시네요. 딸아이가 깨서 이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라 합니다. 눈이 말똥 한 게 좋아 보였지요. '어때?' 하니 '개운해. 더 잘래' 합니다. 잠은 잘 안 오나 봅니다. 앞 침대 어린아이의 엄마가 왔나 봅니다. 

 

 10시 40분경 다섯 번째 채혈. 이제 20분 뒤에 온다고 합니다. 드디어 끝이 보이네요. 조영제 부작용 걱정 때문에 아이가 울었다고 말하니 잘할 거라고 격려해 주시네요. 

 

 11경에 마지막 채혈을 통에 한가득 해 가네요. 

 

 MRI촬영

 마지막 채혈을 마치자마자 마침 바로 MRI를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반가운 일입니다. 어떤 분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아이 혈당도 정상이라 채혈 후 바로 1층으로 갔지요. 아이는 걸을 수 없는 상태라 휠체어를 이용했어요. 조영제는 MRI 찍으러 아이만 들어간 상태에서 연결하나 봅니다. 촬영은 20~30분 걸린다는 간호사의 말과 달리 이동시간까지 하면 1시간은 걸린 것 같네요. 11시에 채혈했는데 촬영 후 7층에 오니 12시네요. 촬영이 크게 힘들지는 않았는지 아이는 괜찮아 보입니다.

 

 드디어 모든 검사가 끝이 났어요. 정말 기나긴 시간이었지요. 자꾸 졸리다는 아이에게 간호사는 밥을 조금이라도 먹고 자라고 합니다. 사실 밥이 아니고 흰 죽과 반찬이었는데 아이는 원래도 죽을 싫어하기도 했고 입맛이 있을 리도 없지요. 그래도 저혈당이 염려되어 음료수라도 마시라고 합니다. 저는 1층 편의점에 급히 가서 서로 다른 맛의 음료 3가지를 사다 주었더니 자두맛만 아주 조금 마시고 자려고 하네요. 간호사가 더 마시라고 해도 아이는 못 마시겠다고 하여 그냥 재우기로 했지요. 식은땀을 흘리는지 잘 지켜보라고 하여 피곤한 저도 잠시 쉴 틈도 없이 지켜보았지요. 다리 주물러 달래서 양쪽을 번갈아 주물러 주었지요. 양 발이 다 차더라고요. 간호사가 잠시 보러 들어온 틈에 아이는 한숨 자고 다시 깼어요. 간호사가 퇴원설명한다고 잠시 나오라고 하여 나갔는데 설명 후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다 보니 30분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네요. 본인도 딸이 셋이라며 너무 걱정 말라고 힘내는 말을 해 주시더라고요. 참 감사했어요. 아이는 앉아서 죽을 아주 조금만 먹고 나머지는 제가 다 먹어치웠답니다. 사실 몇 시간 전부터 배가 고팠던 터라 아이가 자는 동안 조금 먹었었지요. 어차피 아이는 남길게 뻔하니까요. 

 

 퇴원

 양쪽 바늘을 다 빼고 드디어 퇴원을 했지요. 화창한 날은 아니었지만 밝은 바깥으로 나오기만 했는데도 상쾌해지더라고요. 집에 오면 반납할 책이 있어서 도서관 무인반납기에만 잠시 들렀었는데 아이가 멀미가 난다고 하네요. 우리는 아무 건물 앞에나 그늘을 찾아 잠시 쉬었어요. 아이는 나한테 기대어 잠시 누웠다가 금방 괜찮아져서 집으로 갔어요. 도착하자마자 마당에 펼쳐놓은 해먹에 누우며 집이 천국이라고 말합니다. 딸아이나 저나 마치 오랜 전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병사 같았어요. 이젠 결과야 어떻게 되든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고생을 하고 보니 매일 성장호르몬 주사를 몇 년씩이나 맞아야 한다고 해도 하나도 무섭지가 않을 것 같네요. 결과는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서 듣기로 했지요. 이상 정말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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