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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3년 했더니 두 아이 두상이 예술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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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첫째 아이를 꼬박 2년간 둘째 아이를 1년 반 정도 모유 수유했습니다. 정말 행복했던 3년이었어요. 오늘은 기억을 더듬어 모유수유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모유 수유의 장점

행복 호르몬이 엄청 나온다.

 대략 10년 전이네요. 임신하고 시에서 진행한 모유수유 프로그램에 10일 정도 참여하며 교육을 받았었어요. 그때 강사분이 나눠준 인쇄물에는 모유수유의 장점에 대해 대략 20가지 이상이 적혀 있었지요. 엄마에게는 행복 호르몬인 프로락틴과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답니다. 정말 아기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일 때면 아기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지요. 행복호르몬이 팍팍 나오는 게 분명했어요. 저는 산후 우울증이 왜 오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갔어요. 물론 가족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지요. 직장에 나가야 하는 부담감도 없었고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기가 우리 아기 같았어요.

 젖을 먹이면서 아기를 바라보면 아기랑 눈이 마주칩니다. 물론 완전 신생아 때를 좀 지나서 그랬던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아기가 젖을 먹다가 스르르 잠이 듭니다. 그러다가 입에 물었던 젖이 빠지면 깜짝 놀라 다시 찾아요. 엄마와 아빠는 그 모습을 보며 어찌나 우습던지 얼른 휴대폰을 찾아 사진을 찍습니다. 아기는 졸음을 이기지 못해 몇 번이고 똑같은 장면을 연출해 줍니다. 많은 엄마 아빠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들을 하시며 행복 해하셨겠지요. 

 

외출시 양손이 가볍다.

 아기를 데리고 나가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기저귀와 물티슈만 챙기면 됩니다. 먹일 것은 엄마몸에 항상 따뜻한 상태로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한 번은 조금 어려운 분의 차를 타고 가야 할 일이 있었지요. 뒷좌석에 아기를 안고 앉아 있다가 아기가 보채는 게 아무래도 배가 고픈 것 같아 보였어요. 이 분이 남자분이라 조금 망설여지더라고요.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혹시 예의 없다고 생각할 까봐서요. 그래도 내 부끄러움 보다 우리 아기가 중요하지 라는 생각에 잠시 수유를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젖을 먹였습니다.

 앞 좌석이었다면 못했을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분유를 먹여야 했다면 차 안에서 참 어려웠을 것 같아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아기를 안고 짐을 뒤져서 보온병을 꺼내고 분유를 찾아 넣고 흔들어서 먹이기까지 가요. 잠시 멈춰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계속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힘들었겠지요. 

 

아기의 정서가 안정된다.

 우리 두 아이는 참 키우기가 편했습니다. 대체로요. 저는 집에만 있었고 두 아이 돌보는 일이 제 직업이었거든요.

 첫째 아이가 39개월째 접어들었을 무렵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첫째 아이는 그때부터 유치원에 다녔어요. 집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병설 유치원이었지요. 저는 아이는 어릴수록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늘 생각했어요. 기관에는 최대한 늦게 보내려 했는데 둘째가 태어나니 혼자서 둘을 감당하기가 저도 힘들 것 같다고 판단하고 아직도 어린 큰애를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지요. 12월생이라서 또래보다 작고 그래서 또래보다 더 귀여운 것 같았어요.😊 유치원에서 부모님 모시고 행사하는 때에 둘째를 업고 다녔어요. 둘째는 자다가 깨어서 형님들이 하는 놀이에 기어가서 같이 해 보겠다고 달려들고 유치원 선생님도 귀엽다며 사진도 찍어 주시고 참 좋은 분이셨어요.

 지금은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누나가 다니는 병설 유치원과 학교를 자주 드나들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빨리 학교 가고 싶다고 합니다. 누나가 타고 다니는 학교 버스를 등교, 하교 때마다 보면서 나는 언제 저 버스를 타보나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곳은 시골입니다. 도시보다는 자연이 더 가깝고 마당에서 놀거리들도 제법 있는 편이지요. 모유수유를 시작으로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키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모유수유로 아기를 안아주는 시간이 많고 그러니까 더 예쁘게 느껴지고 아기를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아기가 울 때 왜 우는 것인지 아기와 가까이 지내야 더 잘 알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도 처음에는 저 사람 대체 왜 저래 하지만 계속 지내다 보면 파악이 되고 자연히 이해가 되잖아요. 아기도 사람인데 마찬가지겠지요. 이렇게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 잘 알아가는 겁니다. 그러면서 잘 통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이 엄마인 저를 참 너무나도 좋아하고 엄마가 하는 말도 잘 알아듣고 잘 따라줍니다. 기특하고 고마워요.

 

 아기를 키우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 친구는 새벽 2시만 되면 아기가 이유 없이 울어서 자다 말고 아기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내려가야 했답니다. 사람들이 깰까 봐서요. 기저귀를 아직도 못 떼었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고 말이 느리다거나 등등 갖가지의 사연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감사하게도 큰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무난하게 키워왔던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건강한 게 모유수유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우리 부부가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고 크게 욕심도 없는 편이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여기는 시골이라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요. 도시에서는 일단 집값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시골은 그렇지 않거든요. 경쟁도 별로 없고 동네분들도 좋으시고요. 그렇다 하더라도 아기가 이 세상에 나와서 첫 1년 또는 2, 3년을 무한한 사랑의 눈빛을 담은 엄마라는 존재가 나 배고플 때 언제든지 달려와 먹을 것을 준다는 건 애착형성에 크나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모유는 혈액과 구성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색깔만 흰 빛일 뿐 엄마의 피를 먹이는 거랍니다. 그러니 엄마와 아기는 이 세상 어떤 관계보다도 특별한 관계이겠지요.

 

엄마의 회복이 빠르다

 저는 출산 후에 큰 어려움 없이 회복도 빨랐어요.  모유수유를 하면 호르몬의 작용으로 자궁수축이 잘 된답니다. 그래서인지 나왔던 배도 어느새 들어가 있었고요. 남들은 아기 낳고 살이 쪘다고들 하는데 저는  몇 달 만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임신 전으로 완전히 돌아왔어요. 초반에는 손목이 무리가 되어 손목보호대를 사서 썼던 기억은 납니다. 39세 끝무렵에 출산을 했는데 노산에도 불구하고 자연분만을 큰 무리 없이 했었지요. 그 덕에 회복이 더 빨랐는지도 모릅니다.

 

여담이지만 모자동실 이야기 좀 할까 합니다. 저는 모자동실이 있는 병원을 수소문해서 그곳에서 임신 중 진료와 출산을 모두 했었어요. 모자동실이란 말은 보건소에서 모유수유 강의 때 처음 들었습니다. 아기를 낳으면 산모와 아기가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아기에게 바로 젖을 물릴 수 있어요. 10번 이상 자주 물려야 한다고 해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해가며 열심히 물렸지요.

 병실 따뜻한 방에서 처음으로 아기를 받아 안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젖을 물렸지요. 강의 때 들은 것을 기억하면서요. 제대로 먹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하룻밤에도 몇 번씩 물렸던 것 같아요. 그때 먹이는 젖이 굉장히 소량이지만 아기의 면역을 형성하는데 그렇게 좋다는 초유랍니다. 3일쯤 후에는 갑자기 젖량이 느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그리고 아기와 같이 퇴원을 했던 것 같아요. 남편과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아가며 아기를 정성껏 돌봤던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조리원에 있어보진 않았지만 아기와 함께 모자동실이 있는 병원을 이용한 후 집에서 산후조리 할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일단 조리원 비용을 아낄 수 있고요. 무엇보다 아기가 분유꼭지를 먼저 접하게 되면 정작 엄마젖을 거부할 수 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 집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해요. 엄마와 아기, 그리고 가족들 모두에게 요. 아기가 엄마 배속에 있었던 10달 동안 엄마가 지내던 곳은 다름 아닌 집이었을 거고요 아기도 집이 더 편하지 않을까요. 배속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집안의 소리들과 엄마의 편안한 심장소리 등등 아기도 집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엄마도 출산 후라 힘들긴 하지만 이후 행복한 모유수유와 육아를 위해 그리고 엄마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도 모자 동실은 정말 산모에게 꼭 필요한 곳이고 이런 시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에는 모자 동실이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모유수유의사회의 자료를 찾아보니 2021년 기준 모자동실 비율은 한국은 4.6%인데 반해 영국은 89%, 미국은 84%, 아일랜드는 95.9%나 됩니다. 2030년까지 60%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하니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아기가 건강하다.

우리 두 아이는 지금까지 크게 아팠던 적은 없던 듯합니다.  아팠을 때에도 입원할 정도로 힘들어했던 적은 없었고요. 폐렴이니 중이염이니 수족구니 등등 많잖아요. 감사하게도 그런 것들을 용케도 피해 간 것인지 작게 왔다가 간 것인지 몰라도 암튼 몸이 건강하지 못해 부모를 고생시킨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두상이 예쁘다.

 저는 두 아이를 가끔 보면서 내가 아이들 두상하나는 끝내주게 만들어줬네 하고 가끔 뿌듯해합니다. 저나 남편은 예쁘지 않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뒤통수도 예쁘지 않고 게다가 머리숱도 적어서 머리를 묶던 푸르고 다니던 항상 콤플렉스였어요. 그런데 아이들 뒤통수 예쁜 거 보고 유전이 아니구나 생각한답니다. 제 생각인데 밤에도 옆으로 누운 채로 아주 편하게 수유한 덕이 아닐까 합니다. 아기는 머리뼈가 단단하게 굳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나오나 봅니다. 출산 당시 힘을 잘 주지 못해 석션을 쓴 탓에 아기 머리가 뾰족했었어요. 처음 아기를 만났을 때 기쁨보다도 저 머리통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었지요. 물론 돌아온다고 간호사선생님이 얘기는 해 주셨겠지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러 달 지나다 보니 위로 솟아있던 부분은 어느새 가라앉으면서 그게 뒤통수로 몰려갔나 봅니다. 밤에도 누워서 먹이고 낮에도 피곤할 때는 같이 누워서 먹였습니다. 엄마도 아기도 같이 쉴 수 있었지요. 아직 굳지 않은 머리뼈가 그렇게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았어요. 

 

 

 

힘들었던 점

 물론 첫애 때에는 초반에 울혈로 고생을 좀 했지요. 아기가 젖을 깊이 물지를 못해서 말이죠.

 아기가 엄마 젖을 빠는 방법은 분유꼭지를 빠는 방법과는 다르답니다. 분유는 통을 세우면 저절로 나오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먹을 수 있지만 모유는 아기혀에 유두를 깊이 놓고 입안을 일종의 진공상태로 만들어 엄마젖을 쭈욱 빨아들여서 먹어야 하는 걸로 기억합니다. 아직 작고 여린 아기로서는 상당히 힘이 드는 것 같아요. 그게 점차 익숙해지면서 나중에는 쭈욱 빨아먹게 됩니다.

 엄마젖도 사출 반응이라는 게 있어서 젖이 왈칵왈칵 나오기도 합니다. 모유먹이면서 정말 신기했던 사출반응이었어요. 사출시에는 아기가 사레들리지 않도록 잘 봐줘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초반 울혈 빼고는 크게 힘든 건 없었던 듯해요. 오히려 행복했던 기억이 훨씬 많았답니다. 산모나 혹은 산모를 자녀로 두신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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