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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핸드폰 5달 금지 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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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째 아이가 열흘 전에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나 기특해서 궁둥이팡팡도 해주고 머리도 찐하게 쓰다듬어 줬어요. 너무 기특하지 않나요?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꼬맹이가 말이에요.

 

원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두 달쯤 전에 남매가 놀다가 싸우고 있었지요. 저는 아이들이 싸울 때 그 소리가 엄청 듣기 싫더라고요. 화도 나고요. 그래서 듣다못해 "너희들 한 달 동안 핸드폰 금지!!"라고 외쳤습니다. 아이들도 싸우는 것에 이미 몇 차례 주의를 받았던 터라 '핸드폰 금지'를 마지못해 받아들이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잘됐다 싶었지요. 곧 방학인데 한 달이라도 폰 없이 지내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며칠이 흘렀어요. 아이들은 폰이 없으니 처음 며칠 동안은 "엄마 심심해"를 입에 달고 살았어요. 그때마다 놀아줄 수 도 없고 저도 같이 힘들긴 했지요. 그런데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로 남매가 싸우게 되어 폰을 한 달간 더 금지시키는 사건이 생겼어요.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총 두 달간 아이들은 폰을 금지당했지요. 이렇게 해서 기나긴 2달간의 방학 동안 아이들은 핸드폰 없이 비교적 알차게 방학을 보냈답니다. 

 

둘째가 자발적으로 폰금지를 요청하다.

 그런데 한 열흘쯤 전에 무슨 이야기 인가를 둘째랑 나누고 있었는데 둘째가 "엄마 나 핸드폰 5달 금지시켜 줘."하고 말하는 거예요. 저는 깜짝 놀라서 "응? 그래? 그럼 좋지. 그런데 왜?"라고 물었습니다. "엄마가 금지시키지 않으면 내가 또 많이 볼 것 같아서." 얼마나 대견스러웠는 몰라요. 그래서 원하는 대로 5달 동안 추가로 금지가 되었어요.

 

 사실 핸드폰을 자주 가지고 놀면 어떤 게 안 좋은지 폰은 어떨 때 사용해야 하는지, 폰을 많이 사용하면 뇌가 어떻게 되는지 등등 아이들이랑 생각날 때마다 얘기해 주고 했지요. 그래서 아이들도 많이 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요. 이런 대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일방적인 사용금지나 제한보다는 아직 어리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해가 될 수 있도록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해 주는 것 말입니다.

 

 어린이집에서도 부모교육을 하더라고요. 그럴 때 가서 듣고 나눠준 자료를 아이들에게도 같이 보여 주면서 선생님이 이렇게 얘기하시더라라고 공유를 했던 적도 있었어요. 아이도 관심 있게 잘 듣더라고요. 왜냐하면 본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교육한 것이니까요. 둘째는 어린이집을 좋아하고 선생님과도 신뢰가 많았어요. 무려 5년간이나 같은 어린이집을 다녔거든요. 부모교육 강사가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닌 외부강사였지만 그런 건 아이들에게는 아무 이유가 되지 않더라고요. 아이 본인이 신뢰하는 어린이집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니까 아이는 믿고 고개를 끄덕이며 잘 듣더라고요.

 

우리 집 폰 사용 규칙  

 사실 저희 집은 폰 사용에 대해서 저희만의 규칙이 있었어요.

 

1. 하루에 1시간만 본다.

2. 게임은 주말 이틀 동안만 하되 1시간씩으로 한정한다.

3. 폰을 안쓸 때는 작은 상자 안에 넣어둔다.

 

제가 매번 시간을 체크하는 건 아니지만 오래 하는 것 같다 싶으면 "1시간 지난 것 같은데"하고 짚어 줍니다. 그럼 "이것만 보고요" 합니다. 그럼 OK 해 줍니다. 아주 간단해요. 그리고 폰을 다 보고 나서는 작은 상자 안에 넣어 두게끔 했지요. 왜냐하면 책상이나 보이는 곳에 폰을 두면 자꾸만 나도 모르게 손이 가니까요. 뭔가 궁금해서 잠시 검색해야 할 때는 저에게 물어봅니다. 사용해도 되는지. 그러면 저는 제 폰을 잠시 빌려 줍니다. 이게 어느 정도는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1년에 한두 번 정도 규칙적으로 가야 하는 친적집이 있어요. 배 타고 2시간을 가야 하는데 이때만큼은 허용해 줍니다. 왜냐하면 우리 부부가 새벽부터 움직이느라 잠을 못 잔 날이니까요. 다른 손님들한테도 피해가 가니 이때만큼은 허락해 줍니다.

 이것만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 큰애한테는 3년쯤 전부터 해오고 있었지요.

 

어릴때부터 폰 쥐어주지 않기 

 저는 아이들이 아기일 때부터 폰을 쥐어주지 않았었어요. 어른들 모임이 있을 때도  아이에게 폰을 주지 않고 불편을 감수하는 편이었지요. 음식점에 갈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폰 대신 식탁의자에 앉아서 가지고 놀거리를 쥐어주었어요. 오이라든가 당근이라든가. 

 사람의 뇌는 각자가 사용하는 대로 발달하게 된답니다. 평생 동안 낚시만 해온 사람은 낚시 하나만큼은 도사가 되잖아요. 평생 마늘농사만 지어온 농부라면 마늘농사 하나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을 거고요. 우리의 뇌는 생각하는 대로 길들이는 대로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게 어릴 때부터 자리 잡을 수 있다면 더 좋고요. 나중에라도 바꿀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길들여진 시간만큼 바꾸는 데도 오래 걸리고 힘이 들겠지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아니 몇 살이 되었든 지금이 제일 빠르다고 생각하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는데 다 같이 파이팅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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