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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이들 놀이, 오늘은 뭐하고 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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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0년 전 시골로 이사 오면서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 바깥놀이 했던 것들을 몇 가지 이야기해 볼게요. 사실 남편이 더 좋아하는 것도 있답니다.

모래놀이 

시골로 이사올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그때 큰아이가 백일 직전이었었요. 아이가 걷기 시작하지 남편은 모래놀이 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어요. 창고에 쓰다 남은 샌드위치 패널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공사장 모래를 얻어다가 채워 놓더라고요. 나름 훌륭한 모래 놀이터가 되었어요. 아기 때에는 그냥 모래 위에 털퍼덕 주저앉아 모래를 만지작 거리며 놀았어요. 그리고 좀 더 자랐을 때 제가 어렸을 적 놀았던 생각이 나서 몇 가지를 시범을 보여주었죠. 마당에 보면 쓸만한 재료들이 많아요. 

 조개껍데기 빻아주기

마당 한편에 우리 식구 먹고 남은 조개껍데기를 주워다가 망치나 돌로 빻아 줍니다. 방법도 살살 알려주었지요. 물론 손가락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주면서요. 그 하얀 가루를 이용하면 제법 근사한 요리가 만들어져요.

깨진 항아리 빻아주기

저희 집은 신축 전원주택이 아니고 시골집을 리모델링한 것이라 마당이나 밭에 보면 깨진 항아리 조각들을 찾을 수가 있어요. 그걸 빻으면 무슨 색이 되냐면 주황색이 됩니다. 항아리마다 다르긴 한데 토기 종류가 그렇지 않을까 해요.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라서 많이 해 보았거든요. 그걸 고춧가루라고 하고 풀 뜯어다가 김치도 만들고 모래로 밥도 하고 그랬어요. 동생들이랑 동네 친구들이랑 엄마, 아빠, 아기, 역할 정해가며 정말 해 떨어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숯 빻아주기

밖에서 고기 구워 먹고 남은 숯이 있으면 그것도 활용합니다. 단, 애들 손이랑 옷이랑 버릴 각오는 해야죠. 솔직히 숯을 가지고 놀라고 주기는 좀 꺼려지긴 했어요.

풀 찧어주기

풀을 돌로 찧어주면 초록색 물이 나옵니다. 풀의 싱그러운 냄새가 물씬 나지요. 노란 꽃을 찧으면 노란 물이 나오고요. 찧은 것을 좋이 컵에 넣고 물을 넣으면 맛있는 음료가 돼요. 아이들은 진흙을 넣는 것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커피를 좋아하니까 가끔 아메리카노도 만들어주고 라테도 만들어 줘요. 여름에는 가지각색의 꽃들이 많아서 활용하기가 무궁무진해요. 큰아이는 제법 컸다고 맛난 음식을 한 상 차려줍니다. 밥에 국에 김치에 샐러드. 맛있는 메뉴가 가득한 카페놀이도 자주 해요.

 

 이외에도 모래를 이용한 놀이는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멋진 호숫가를 만들어서 실제로 물도 채워 넣고요. 조약돌로 산책길을 꾸미기도 해요. 나무도 심고, 꽃도 심고요. 그래놓고는 꼭 엄마한테 보여줍니다. "엄마 이것 봐. 이거 진짜 대박이지"라면서요.

 

 주의점이 있어요. 가끔 돌아다니는 동네 개나 고양이가 볼일을 보더라고요. 우리 집은 담이 따로 없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벽을 세울 수도 없고 아이들한테 놀이하고는 꼭 비누로 손을 씻으라고 얘기해 주었는데 다행히 요즘에는 볼일 보는 동물들이 없는 것 같네요. 

방방이

트램펄린이라고 하죠. 큰아이가 두세 살쯤 되었을 때 뒷마당에 트램펄린을 사서 설치했었어요. 저는 왜 벌써부터 그런 걸 사서 설치하느냐고 반대했었지요. 근데 남편 하는 말이 "나도 탈 거야"였습니다. 저는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는데 정말 설치하더니 너무 신나게 타는 거예요. 퇴근하고 돌아와서는 트램펄린에 대자로 누워 잠깐 잠도 자고 그러더라고요. 사실 여름에 거기 누우면 정말 시원합니다. 단, 해는 가려줘야 시원해요.

 그런데 필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어요. 큰애가 30개월쯤 되었을 때였어요. 친한 언니가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놀러 왔었는데 제가 잠시 집안에 들어가 있는 사이 사고가 난 거예요. 초등아이랑 우리 아이가 같이 방방이를 타고 놀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우는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고 다리가 아프다는 것 같기에 이리저리 살펴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일어서지도 못하고요. 아무래도 뼈가 다쳤나 싶어 정형외과 갔더니 x레이 찍어 보더니 부러졌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경우를 처음 당해서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원래 어린아이들이랑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이들이랑은 같이 놀게 하지 않거나 어른이 주의를 시켜줘야 한답니다. 무게차이 때문에 작은 아이들이 잘못 넘어지거나 붕 높이 떨다가 잘못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서요. 그 친한 언니도 그런 걸 몰랐나 봅니다. 암튼 한 달 넘게 한쪽 다리만 깁스를 하고는 그동안은 앉아서 생활을 했답니다. 무릎을 굽히지 못하고 한 달 넘게 지내고 나서 깁스를 풀었는데 아이가 한동안은 다리를 굽히지 않고 깁스했을 때랑 똑같이 행동하는 거예요. 마치 투명 깁스라도 한 듯이. 그것도 참 신기했어요. 얼마 지나니 그제야 정상으로 되돌아오더라고요. 

그네 타기

이번에는 남편이 그네를 만들어 주겠답니다. 아마 그네설치한 지 5년쯤 된 것 같아요. 안 쓰는 비계(건축현장에서 쓰는 관 모양 철근) 몇 개로 지지대를 만들고 그네는 인터넷으로 샀어요. 그넷줄과 비계는 마침 있던 뭔가로 연결했고요. 처음에는 그네 엉덩이 판을 나무로 샀었는데 자꾸 비를 맞으니 시커먼 곰팡이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몇 번인가를 갈아내고 오일로 칠해 주었었는데 너무 귀찮아요. 그래서 결국 플라스틱으로 바꿨더니 세상 편하고 좋네요. 나무가 더 멋스럽긴 한데 불편하고 수명도 짧은 거 생각하면 플라스틱이 좋아요.

 저희는 그네 만든 자리가 좁아서 못해주었는데 그네 앞에 넓은 터가 있으면 더 좋을 뻔했어요. 그네 타고 멀리 뛰어내리기 하면 정말 재밌거든요. 저희 집은 그게 아쉽네요. 

숨바꼭질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놀거리들을 찾아 잘도 놉니다. 가끔씩 어른들을 초대해서 귀찮게 하긴 하지만요. 저도 아이들에게  가끔씩 숨바꼭질놀이에 초대되는데요. 숨을 곳이 별로 마땅치가 않네요. 저의 어린 시절이 또 생각납니다.

 

 저희 집 뒤편에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큰 볏짚 창고가 있었어요. 그곳은 낮에도 컴컴했고요. 전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놀이에 빠진 아이들이 그런 거 찾을 생각이나 하나요. 그 안에는 볏짚이 엄청 높이 쌓여있었는데 우리는 거기까지 기어 올라가서 그 안에 푹 파묻혀 숨었어요. 술래는 절대 못 찾지요. 지금 생각하며 볏단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어른들이 화가 났을 만 도한데 혼나본 적은 없네요. 아마 먼지도 엄청났을 텐데 우리들은 그저 신나기만 했었지요.

 

마당축구

아직 어린아이들에게는 축구는 꼭 운동장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요. 저희 집 마당에 한쪽은 미끄럼틀 세워놓고 한쪽은 아빠가 쓰고 치우지 않은 사다리를 놓았어요. 선수는 달랑 두세 명입니다. 혼자서 공격도 하고 골키퍼도 하고요. 저도 제법 몇 골을 넣었지요. 요새 일주일에 3일은 운동을 하자 하고 실천하고 있는데 아이들이랑 이렇게 뛰어노는 날은 따로 운동시간을 빼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아이랑 교감도 하고 운동도 하고 1석2조이지요. 제법 숨이 차고 땀도 납니다. 축구를 잘 못해도 아이는 엄마 공 세다고 칭찬을 마구 날려줘요. 저도 한마디 합니다. "엄마 얕보지 마. 엄마도 제법 한다고!"  

 

이외에도 넓은 공터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네요. 오징어게임도 하고 다른 공놀이도 하고요. 지금은 공터가 따로 없는데 마침 집 앞에 낡은 건물이 철거가 되면서 임시공터가 생겼어요. 요새 새로 시작한 놀이가 있는데  원반 던지기예요. 이건 바람 부는 날도 더 재미있어요. 원반 날아가는 게 방향을 지맘대로 틀거든요. 초1남아 초5 여아랑 같이 놀기도 참 좋아요. 그거 잡으러 헉헉 대면서 뛰어다니면 운동이 절로 됩니다. 

 

우리 집 아이들 바깥놀이 거리를 대강 이야기해 봤어요. 새로운 놀이가 뭐가 있을까 또 생각해 봐야겠네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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