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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어지러운 방을 정리했더니 자비심까지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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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째 정리가 안 되고 있는 딸아이 방

우리 집 큰아이 방 사진을 찍어 봤어요. 두어 달쯤전에 큰 아이 방을 마련해 주었는데 책상이며 아이 물건들을 몽땅 아이방으로 들여 주었는데 어느 순간 이모양이 되더니 이걸 두 달째 유지하고 있네요. 

 

 요새 아이는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잃어버렸다고 하여 선생님이 다시 인쇄해서 주시기도 하고, 자기 물건을 자기가 못 찾아서 바쁘게 외출해야 할 때도 물건 찾느라 늦어서 혼도 나고 그래요. 방정리가 안되니 물건도 못 찾고, 혼나고, 할 일도 자꾸 잊어버리고 안 좋은 게 많네요. 조만간 시간을 내서 아이방을 정리할 수 있게끔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아요. 

 

 방정리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요새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요.

 몇 달전에 남편이 지인으로부터 레고상자를 큰 거 두 개를 들고 왔어요. 둘째 아이가 레고를 너무나 좋아해서  저도 그때는 받아오라고 레고는 언제나 환영이라고 허락했었지요. 그런데 상자로 두 개나 올 줄은 몰랐어요. 이게 여러 가지 레고들이 다 섞인 거라 일단 아이들은 처음 보는 작은 레고 블록들을 찾아내며 재미있게 놀았어요.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아이들이 자기가 만든 것이라며 어디 옮기지도 못하게 하고 방바닥에 그대로 둔 채 치우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더라고요. 저도 할 일이 많은 주부인지라 아이들 물건까지 치울 여력이 안되어 계속 방치한 채로 시간이 흘렀어요.

 

 이렇게 되니 어느 순간 그 방에 들어서면 한숨부터 나는거예요. 치우고 싶은데 점점 치우기가 어려워지고 저는 아이들한테 짜증을 내게 되고 레고 때문에 청소기를 돌리기도 어려우니 먼지는 쌓여만 가는 거지요. 그때쯤부터 저는 남편한테도 짜증을 내고 별거 아닌 일에도 화를 내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아이들이랑 춤도 추고 축구도 같이하고 남편이랑 대화도 엄청 많이 하는 사람인데 점점 인상 쓰는 일이 많아졌어요. 남편도 요새 왜 그러나며 화를 내기도 했구요.  화내고 나면 기분도 정말 안 좋잖아요. 그래서 속상해서 남편이랑 아이들 먼저 같이 자게 하고 저 혼자 따로 속상해서 울다가 자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다른 모든 일들을 제쳐두고 방정리를 먼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요. 청소기에 양파망을 단단히 묶어서 레고판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묵은 먼지도 빨아들이고 교구장 먼지도 닦아내고 방바닥의 모든 레고들을 레고판 위에 올리고 이참에 아이들이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놀잇감들은 모조리 제거했어요. 저녁식사를 끝내고 이제 아이들을 재워야 할 시간이 되었지만 아직 뒷정리가 안되어서 늦게 자더라도 오늘 정리를 마쳐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다 정리를 했지요. 몸은 피곤해도 마음이 한결 가볍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이랑 잠을 잤어요.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큰아이가 보더니 "엄마, 방이 너무 깨끗해. 너무 좋아." 하면서 방바닥으로 내려와 뒹굴고 좋아하더라고요. 둘째도 덩달아 아침부터 뒹굴면서 깨끗한 방바닥을 만끽하더라고요. 평소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둘이 아침부터 사이좋게 뒹굴고 놀면서 잠이 완전히 깨어버리더라고요. 그걸 바라보던 내 마음도 얼마나 뿌듯하고 개운하던지요. 

 

 그리고 바로 어제 남편이 쉬게 되어 같이 집안을 대청소 했어요. 겨울 동안 묵은 것들을 싹 드러내었지요.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옷 정리를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해도 될 것 같았지요. 아이들 작아진 옷들을 버릴 것과 나눌 것으로 따로 나누어 내놓고 어른들 옷도 아까워서 처분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 더 이상 안돼하면서 꺼냈어요. 마침 한살림 옷 모으기가 4월 말경까지 진행되고 있어서 아깝다 생각하지 않고 한살림에 가져다 주기로 했어요. 마당에 있던 미끄럼틀도 이젠 안녕했고요. 현관문에 작년에 쓰던 방충망도 꺼내서 새로 달았어요. 아직 넣어두지 못했던 패딩들과 겨울 바지들을 몽땅 꺼냈더니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였어요. 이틀 동안 빨래를 해야겠네요. 

 

 정리를 하고 나니 마음이 얼마나 여유로운지 몰라요. 자비심까지 생기는 것 같아요. 월요일 저녁에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자고 했어요. 저녁식사후에 다 같이 영화 보는 것을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데 월요일은 아이들 피곤할까 봐 원래 잘 안보거든요. 그런데 마음이 여유로우니 제가 먼저 제안을 하게 되네요. 아빠가 다른 일로 통화를 계속하는 바람에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둘째 아이랑 메모리 게임도 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몸장난도 치면서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했답니다. 불을 끄고 이제 자자고 하니 정말 5초 만에 코 고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큰 아이랑 그런 둘째를 보며 큭큭대고 웃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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