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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완모, 이렇게 까지 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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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등 5학년이 된 딸아이의 눈물겨운 모유수유 이야기입니다. 이제 출산을 앞둔 예비맘들은 모유수유부터 신생아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많으실 텐데요. 제 이야기가 힘이 되었으면 하는 선배맘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볼게요.

 

저는 10여 년 전 3.3kg의 건강한 여자 아이를 출산했어요. 제가 39세가 되던 12월 겨울이었어요. 자연분만했고 모자동실이 있었던 병원이라 출산 직후 아기를 바로 안아 볼 수 있었죠. 출산하니 몸이 왜 그리 추운지 덜덜덜 떨리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3kg 남짓한 뱃속의 생명체가 갑자기 쑥 빠져나가서 그랬나 봐요. 아기 낳고 잠시 후 남편도 오고 소식을 듣고 시댁 식구들도 오고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정신없는 하루였던 것 같아요. 

 

첫날밤

시 보건소에서 모유수유 교육을 열흘정도 받았었던 터라 들었던 대로 아기를 만나자마자 젖을 물렸어요. 그런데 이게 젖을 물린다는 게 어렵더라고요. 갓 난 아이가 입이 정말 작아요. 반면 저는 유두가 큰 편이라 아이 입에 유두를 욱여넣어야 된다고 해야 할까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왠지 아기가 숨이 막힐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젖이 정말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손으로 눌러보면 상당히 진한색의 액체가 찔끔 나올 뿐이었지요. 그래도 그게 바로 초유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손으로 눌러가면서 짜서 넣어주었지요. 출산직후부터 수유하려니 사실 자연분만이라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누워서 아기랑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고생을 했지요. 그 와중에 태변은 언제 나오나 살피면서요. 그날인지 그다음 날인지 암튼 짙은 색의 태변이 정상적으로 나왔어요. 수유하느라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했지요. 그렇지만 낮에도 거의 누워서 수유를 하기 때문에 쪽잠이지만 견딜만했던 것 같아요. 낮에는 병원에서 대여해 주는 좌욕기도 몇 번 이용했던 것 같아요. 샤워도 한번정도는 했던것 같고요. 

 

퇴원하던 날

드디어 3일째가 되는 아침을 맞았어요. 그런데 가슴이 평상시와 완전히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갑자기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더라고요. 출산 직후 열심히 젖을 물리면 3일째부터는 이렇게 본격적으로 모유수유할 준비가 된다고 하더니 딱 그렇더라고요. 드디어 집에 왔어요. 이젠 집에서 아기 목욕도 시켜야 하고 기저귀 갈기 등등 본격적으로 해야 할 시간이 온 거예요.

 

아기가 배가 고파 자주 울다

아기는 갈 수도 피부가 뽀얘지고 샤워하고 나면 얼굴이 더 영롱해지는 게 그야말로 천사 같았지요. 하지만 그걸 마냥 느낄 겨를이 없었어요. 젖은 부풀어 빵빵한데 도대체 아기가 젖을 잘 못 먹는 것 같았어요. 젖을 물리면 잠시 빠는 것 같다가도 고개를 돌리고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칭얼댔어요. 둘째를 낳고 모유수유를 제대로 하고 나서야 그때 큰애가 왜 그랬는지 정확히 이해가 되더라고요. 둘째는 젖을 잘 먹었어요. 꿀떡꿀떡 삼키는 소리도 잘 들리고요. 하지만 큰애가 아기 때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유두에 자세히 보면 젖이 나오는 구멍이 여러 개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때 당시 뚫린 곳이 한 두 군데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유방이 손으로 만져보면 젖이 꽉 차서 한 방울도 비워내지 못한 곳은 단단해져 있고 한 두 군데만이 젖이 빠져나가 물렁 물렁한 것이 눈으로도 보일 정도였어요. 유방은 유선이라는 곳에서 젖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유관을 통해 유두로 배출되는데 평균적으로 유관은 12~20개 정도여서 따라서 유두에도 12~20개 정도의 구멍이 있다고 해요.

 저는 유방이 아프고 아기는 제대로 먹지를 못해 울고 보채는 간격이 엄청 짧았던 것 같아요. 원인도 모르겠고 그때는 유방마사지 생각도 전혀 나지를 않았지요. 참 이상합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었을 텐데요. 아마도 저 스스로의 힘으로 그리고 아기가 빠는 힘이 더 세어지면 자연히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아마 많은 엄마들이 이쯤 되면 분유를 주지 않았을 까요? 하지만 저는 꼭 완모를 하고 싶었거든요. '분유는 사람의 젖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의 젖을 먹어야지 왜 남의 송아지의 젖을 빼앗아 먹느냐'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아기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소는 엄마 몸이 제일 알아서 잘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기가 젖을 잘 빨지 못하니 유축기도 써보고 남편이 빨게끔 해서 뚫어 보려고도 했지요.  하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유축기는 유방을 제대로 자극하지 못하고 전기의 힘으로 억지로 빨아 내려고만 하니 유두만 아프고 안 그래도 큰 유두가 더 커지는 것만 같았어요. 직수도 했지만 수저에 젖을 짜서 수저로 직접 아기 입에 넣어 주었어요. 하루에도 스무 번 이상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젖몸살에 유두도 빨갛게 부었고 연고도 발라보고 정말 힘겨운 하루하루였답니다. 

 

드디어 이유식 시작

 

 잘 먹지를 못하니 아기는 체중이 많이 늘지를 않았어요.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개월수당 아기 표준 체중 그래프 있잖아요. 우리 아기는 그 그래프의 9개 곡선중 어느 것도 따라가지 않았지요. 가장 성장이 느린 최 하위 곡선에도 미치지 못했죠.

 

어떤 때는 무서웠어요. 이러다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저는 정말 강심장인 것 같아요. 고집도 정말 세고요. 그러다가 5개월 때쯤에야 맞사지하시는 분을 찾아 마사지를 몇 번 받았지요. 그랬더니 몇 군데가 좀 더 뚫리는 것 같긴 하더라고요.

 암튼 힘겨운 시간을 지나 드디어 이유식을 시작할 수 있는 월령이 되었지요. 5개월쯤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는 아기에게 모유를 마음껏 먹이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유식에 신경을 많이 썼었지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이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요. 아기는 꿀떡꿀떡 잘 받아먹었어요.  조금씩 통통해지고 힘도 더 세진 것 같고요. 이제 걱정보다는 아기 보면서 웃는 날들이 더 많아졌던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을 그래도 아내를 믿고 잘 기다려준 남편도 너무 고맙더라고요. 

 

모유수유 교육이 절실합니다. 

저처럼 힘들게 고생하지 않고도 완모를 하는 엄마들이 저는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들은 나처럼 유두가 크지 않았나 보다. 그들의 아기는 내 아기보다 빠는 힘이 더 좋았나 보다.'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었어요. 그런데 사실 모유수유에 대한 교육이 더 많이 확대되어야 하고 모유수유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져야 하고 무엇보다 외국처럼 국가가 나서서 병원의 모자동실 시스템과 산모를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여러 가지의 것들이 정말 많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은 모자동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과연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요? 아기를 낳으면 왜 몇백만 원을 산후조리원에 써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저는 산후조리원에는 애초부터 갈 생각을 안 했었어요. 그건 보건소에서 진행했던 모유수유 교육 덕분이었지요. 그 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저도 남들이 하는 대로 그렇게 흘러갔을 것 같아요. 그 교육만으론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이론뿐 아니라 병원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등 실제 상황에서 전문인력들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겠지요. 

 

모자 동실하는 병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미국의 경우 하루 24시간 모자동실 하는 병원이 84%랍니다. 우리나라는 그 많은 병원 중에 10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찾기 힘듭니다. 신생아에서 일상적으로 혈당 검사를 하지 않는 병원이 93%랍니다. 물론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이지요. 만약 모유수유하는 엄마가 분유를 요청할 때 의료진이 먼저 분유수유에 따르는 결과를 상담하는 경우가 59%나 된답니다. 우리나라 산후 조리원처럼 3시간마다 유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당연히 없답니다. 앞의 수치는 대한 모유수유의사회 홈페이지를 참고한 것입니다. 모유수유를 제대로 하고 싶은 산모라면 꼭 한 번쯤 들러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10년 전 보다도 훨씬 많은 자료들이 보입니다. 

 

 저는 다행히 둘째는 모유수유를 너무나 성공적으로 마쳤지요. 큰애는 먹이는 양이 적었던 대신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모유수유를 했고 둘째도 2년을 하려 했으나 당시 상황상 1년 5개월쯤 했던 것 같아요. 둘째는 아들이라 그런지 빠는 힘도 좋았고 첫째가 열심히 뚫어놓은 길을 따라 좀 더 먹기가 쉬웠는지도 모릅니다. 분만시간도 첫째는 5시간 이상 진통을 했는데 둘째는 병원 가자마자 1시간 안에 나왔던 것처럼요. 짠하기도 하고 참 고마운 첫째입니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완모 하시는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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